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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뮤지엄 미술 전시회 'I draw: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에 다녀오다일상다반사 2019. 8. 3. 17:06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미술전시회 초대장을 받았다. 어제 다녀왔다.
한남동 옛 단국대 자리 옆에 있는 디뮤지엄에서 열리고 있었다.
입장하니 멋스러운 전시회 소개의 글이 반겨 주었다.
'디뮤지엄(D MUSEUM)은 2019년 2월 14일부터 9월 1일까지 대규모 기획전시
<I draw: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展을 개최합니다. 전시는 마스터
일러스트레이터들을 포함해 최근 독창적인 작업으로 세계 각지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 16인의 드로잉, 일러스트레이션, 오브제, 에니메이션, 설치 등 약 350여 점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그리는 행위는 역사 속에서 각 시대의 다양한 면모를 기록하고 기억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각을 시각화하고 개성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사용되어 왔습니다. 단지
재현의 도구로서 기능하지 않게 된 19세기 초부터 온라인 스페이스로 영역을 넓힌
오늘날에 이르러, 그린다는 행위는 보다 유연하고 감각적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생각을
나누는 수단으로서 우리 삶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에 전시는 익숙한 듯 새로운
헤태로토피아적 퉁경을 펼치거나 내면적으로의 여정 등을 보여주며 호기심을 자극하는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선보이며 그리기의 다양성과 현대적인
가치를 재조명합니다.
한국, 영국, 프랑스, 중국, 독일, 일본 등 총 6개국 16인이 참여하는 전시에는 마스터
일러스트레이터인 피에르 르탕(Pierre Le-Tan)과 하지메 소라야마(Hajime Sorayama),
드로잉과 그리기의 가능성을 실험하며 다양한 분야와 협업하는 오아물 루(Oamul Lu),
언스킬드 워커(Unskilled Worker), 페이 투굿(Faye Toogood), 해티 스튜어트(Hattie
Stewart), 슈테판 마르크스(Stefan Mar),
출판의 형태로 대중과 폭넓게 소통하는 크리스텔 로데이아(Kristelle Rodeia), 케이티 스콧
(Katie Scott), 쥘리에트 비네(Juliette Binet)가 포함되며,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중인 차세대 작가 엄유정, 람한을 비롯해 디프로젝트 스페이스
구슬모아당구장에서 전시한 이력이 있는 무나씨, 김영준, 조규형, 신모래가 함께합니다.
전시 <I draw: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는 디지털화 된 시각 이미지로 가득한 현대
사회의 우리에게 작가들이 손 끝으로 그려낸 일상 속 특별한 이야기와 눈과 카메라가
포착하지 못하는 섬세하고 미묘한 감성을 오롯이 전합니다. 이를 통해 관객은 보이는
것 이상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하고 새로운 감각으로 경험하게 하는 단순하면서도 멋진
행위, '그리는 것'의 특별함을 재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1 전시실로 입장하니 엄유정 화가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작가는 주변 환경에서 마주친 인상 깊은 장면이나 대상을 드로잉과 페인팅으로 그려낸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대상을 이해하고 수집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2 전시실
파리에서 활동하는 피에르 르탕은 십자 긋기(cross-stitch) 화법으로 대상의 형태와 음영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작가이다. 사물과 공간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두고 주로 자신 앞에 있는
오브제나 사물을 관찰하여 그림을 그린다.
피에르 르탕의 창은 매번 다른 풍경과 낯선 사물을 향해 열려있다. 신비롭고 아늑한 공간은
그곳에 위치한 작품 속 오브제, 인물, 그리고 창밖의 풍경에 자리를 내어 주며 작가만의
공간 속 공간에 관객을 초대한다.
3 전시실
오아물 루는 중국의 차세대 일러스트레이터로 주로 자연적인 요소와 인물이 한 화면에
조화롭게 어우러진 따뜻한 그림을 그린다. 여행을 좋아하는 오아물 루의 그림에는
자신이 방문한 곳에 대한 섬세하고 자유로운 관찰이 담겨있다. 작가는 스케치북에
시시각각 변하는 계절의 매력적인 색감과 풍경의 정취를 가득 채운다.
4 전시실
런던 기반의 언스킬드 워커는 독학으로 그림을 시작해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에서 크게 인기를 얻으며 주목받았다. 그녀의 작업은 관람자로 하여금 암울한 시대를
환기시키는 동시에 순수한 어린아이의 세계로 친밀하게 초대받는 듯한 묘한 감정을 일으킨다.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커다랗고 깊은 눈동자로 관객을 응시한다. 그들의 시선은 순수하고
연약했던 작가의 유년시절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고, 주변에 공감하는 성인이 된 작가가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기도 하다.
5 전시실
크리스텔 로데이아는 주로 여성이 중심인물로 등장해 주변 인물이나 그를 둘러싼 세계와의
관계를 비유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을 그리는 프랑스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여성이
자신의 자아와 교감하는 듯한 장면이나, 이성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다양한 사랑의 얼굴을
화면에 비유적으로 표현한다.
6 전시실
일본 출생의 하지매 소라야마는 지난 40여 년 동안 메탈을 소재로 한 다양한 로봇 일러스트레이션과
조각을 제작해왔다. 작가는 어린 시절 메탈이라는 매끄러운 소재에 끌려 그 텍스처를 손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고, 잡지에서 본 핀업걸(pin-up girl) 사진에서 받은 영감을 에어브러시 페인팅 기법을
이용한 정교한 여성 로봇으로 표현해 이후 다양한 대중문화 콘텐츠로 등장한 기계적 판타지의 서막을 열었다.
7 전시실
람한은 서울에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로 개인적인 서사가 뒤얽힌 초현실주의적
분위기의 그림(디지털 페인팅)을 그린다. 작가는 그림을 통해 자신의 기억 속에 자리한 향수 어린
무엇인가를 지속해서 시각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답게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로 그림을 그려왔고 현재도 태블릿이나 pc를 이용한 디지털 페인팅을 한다. 작업에 대한
'공유'는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SNS를 통하여 온라인 독자들과 유연하게 소통한다.
8 전시실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는 케이티 스콧은 생명체를 이루는 유기적인 구조를 충실히 관찰하는
동시에 대상이 작가에게 의미하는 바를 환상적으로 표현한다. 작가는 생태계라는 복잡한
미로 속에 자리한 상상의 가능성을 화면에 담는다.
9 전시실
페이 투굿은 물질성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매체에 대한 실험을 통해 가구, 오브제, 패션,
드로잉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다. 어린 시절 영국 러틀랜드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서 자연과 가까이 자란 투굿은 천연 소재에서 영감을 찾고 재료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에 관심을 가지며 작품을 제작해왔다. 2015년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의 기획전에
초대되어 <드로잉 룸 The Drawing Room>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전통적인 영국식 시골집의
응접실을 의미하는 단어와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그려진 방을 뜻하는 이중적 의미를 지니며,
사면에 걸린 천 위에 찬장, 창문, 액자, 식물 등 모든 사물들을 손으로 그려낸 대형 설치작품이다.
10 전시실
런던의 일러스트레이터 해티 스튜어트는 유머러스한 캐릭터와 화려한 색상의 패턴으로
독특한 스타일의 낙서를 실험하며 총천연색 세상을 창조한다. 생생하고 장난기 넘치는
시각적 정체성을 구축한 스튜어트는 스스로를 '전문 낙서가'라 칭하며 광고와, 현대미술,
패션 등 다양한 분야를 유연하게 아우르며 활동한다.
11 전시실
무나씨는 검은색 잉크를 사용해 자신이 잘 이해하고 있는 감정과 생각을 그리는 서울 기반의
작가이다. 작가 명인 '무나씨'는 불교 용어로 텅 빈 자아를 가리키는 무아에서 가져오기도 했지만
'아무나'를 뜻하기도 한다. 작가는 이것이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빈 자아로서의 자신뿐만 아니라
모두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름이라고 설명한다. 무나씨가 다루는 이야기는 주로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겪는 다양한 감정과 끊임없이 변화하는 마음에 대한 탐구이다.
12 전시실
디자이너이자 스토리텔러인 조규형은 그래픽, 가구, 텍스타일 디자인, 픽토 그라피 등의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표작은 <그림 서체 Pictograph Font>로, 이 서체는
사용자가 컴퓨터로 글을 입력하면 문자가 그림으로 입력되어 화면에 나타나는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13 전시실
김영준은 움직이는 그림에 관심이 많은 애니메이션 작가이다. 공간과 그 속에 존재하는 개체와의
심리적 긴장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과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며, 비주얼 작업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를 다루면서 애니메이션의 장르적 확장성과 예술성에 대한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14 전시실
서울에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신모래는 분홍, 파랑, 보라와 같은 몽환적인 색채를 사용해
자신의 일상과 기억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독특한 감성으로 표현한다. 작가는 무언가를 읽는
듯한 느낌의 이미지를 그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업 전에 글을 먼저 쓰고 문장을 다시 읽어 본
뒤 그림으로 옮겨내 완성한다. 이러한 그의 그림들은 스냅샷같이 짧고 선명하고 정서적인 온도가
가득 담긴 일기장과 같다.
15 전시실
슈테판 마르크스는 일요일에 대한 멜랑꼴리 한 감정을 그린 드로잉 시리즈 <Sundaayyyssss>를
통해 월요일이 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유머로 풀어낸다. 강아지 캐릭터가 겪는 일요일의 우울한
단상들은 공감 어린 웃음을 유발하며 다양한 레퍼토리로 펼쳐진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는 작가가
전시실 벽에 직접 작품을 그렸다.
16 전시실
쥘리에트 비네는 파리에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어린이와 성인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짧은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을 꾸준히 발표해 왔다.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느린 속도로 정교
하게 그려 손의 움직임에 따라 이미지를 읽을 수 있는 독자적인 스타일을 구축했다. 주로 인물의
대사 없이 이벤트의 발생이나 장면의 전환을 연속적으로 보여주는 서정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가
작품의 특징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16명의 개성 넘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한 곳에서 볼 수 있어 좋았다. 특히
모든 작가가 독립된 전시실에서 작품을 전시하고 각 전시실 입구에 작가와 작품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어 좀 더 깊게 이해할 수가 있었다. 밖으로 나오니 마치 영화를 한 편 보고
나온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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